8th 상영작

제목 : 개미들의 왕 King of the Ants
감독 : 스튜어트 고든 (Stuart Gordon )
정보 : USA/2003/102min/35mm/Color

<좀비오>나 <데이곤>을 기억하는 공포영화 팬에게 스튜어트 고든의 신작 <개미들의 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큼 사실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미 90년대에 공포영화의 거장 반열에 오른 고든은 영국 작가 찰스 학슨의 아주 잘 쓴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예의 초현실적이고 즐거운 상상력 대신에 바스락거릴 듯 건조한 묘사와 섬뜩한 블랙유머를 구사한다. 올해 피판은 보이지 않지만 부지불식간에 인간을 죄어들어오는 공포의 존재감을 그린 새 영화로 오랜만에 돌아온 스튜어트 고든을 반갑게 맞이한다. 잡일을 하는 떠돌이 숀은 별 재주도, 미래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평범한 청년이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던 어느 날 일터에서 우연히 살인을 청탁받은 숀은 뭔가 큰일을 통해 자신의 배짱을 보일 기회라도 만났다는 듯, 우쭐거리며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자신과 전혀 무관한 시의회의 회계사를 연습도 상상도 해보지 못한 희한한 방법으로 살해하는데 성공한 숀은 그러나 특별한 성취감도 죄의식도 느끼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씩 밤에 찾아오는 악몽 속에서 피로 더럽혀진 자신의 손과, 혼자 남은 회계사의 아름다운 아내에 대한 욕망이 계속해서 그를 괴롭힌다. 그러나 그에게 살인을 청부한 자들이 마련한 대가는 숀을 외딴집에 짐승처럼 가두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치명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이었다. 숀은 이제 비로소 '폭력'과 진정한 교류를 시작한다. 숀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끝나고 그가 한시적으로 구출되는 순간은 결말이 아니라 폭력에 관한 또 다른, 그리고 더욱 끔찍한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의 내면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는 어둠 속의 괴물처럼 보이지 않고, '공포'라는 재미를 기대했던 관객은 그들이 서로에게 가하는 더러운 폭력과 엄청난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된다. 제목인 '개미들의 왕'은 숀에게 살인을 청부했던 악당들이 그를 가리켜 조롱하는 말로, 기어다니는 개미만큼이나 보잘것없고 하찮은 존재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빼앗길 존엄성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이 역설적으로 얼마나 커다란 힘을 지닐 수 있게 되는지 미처 알지 못한다. 지극히 평범한 얼굴에서 점차 끔찍하게 변해가는 주인공 숀 역을 입체적으로 소화해낸 크리스 맥케나는 TV의 아역배우 출신으로, <인 앤 아웃>, <시멘트>, ,아카데미 보이즈>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김도혜)

스튜어트 고든 (Stuart Gordon )

미국 시카고에서 태생. 초기에는 연극 연출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85년 할리우드로 진출. 그의 영화 데뷔작인 [좀비오 Re-Animator]는 목이 잘리고 사방으로 피가 튀는데도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며 비평가들의 열화와 같은 찬사를 받았다. 또한 이 작품은 깐느영화제에 공개되어 관객상을 받았고 공포영화로서는 처음으로 런던영화제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듬해에 다른 세계의 존재를 불러내는 일에 미친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두번째 작품 [지옥인간 From Beyond]을 발표하였고, 1987년 120만 달러의 특수효과비를 들여 살인을 저지르는 인형의 이야기를 그린 [인형들 Dolls]을 제작함으로써 공포영화와 SF영화 전문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제작자였던 브라이언 유즈나와 결별한 후 만든 [로봇 족스 Robot Jox](1990), [포트리스 Fortress](1993), [사탄의 테러 Castle Freak](1995) 등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97년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외계 트럭운전사와 독재정권과의 희극적인 대결을 그린 독특한 SF영화 [스페이스 트러커 Space Trucker]로 재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