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th 상영작

제목 : 나의 자살을 도와줘 My Suicide
감독 : 소사폴 시리위와트 (Thosapol SIRIWIWAT)
정보 : Thailand/2003/107min/35mm/Color

여기 자살하려는 젊은이 하나가 있다. 이름은 쿤 탁. 그는 자신의 삶에 별다른 가치나 확신없이 나른하게 살아가는 캐릭터다. 쿤은 혈액검사를 하러 간 병원에서 에이즈 양성 반응을 받고 고민하다가 온이라는 여자와 반강제로 결혼한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가 그저 죽을 병에 걸린 줄 알고 있을 뿐이며, 사고로 그의 죽음을 위장하여 자신이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죽고자 하는 이와 죽이고자 하는 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역설적인 상황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가 도모하는 것은 등장인물들과 그들 삶 사이의 화해다. 주인공 쿤 탁이나 온은 모두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들이 자신의 삶을 풀어나가는 방법은 스스로 삶에 종지부를 찍거나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것으로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둘 다 자신의 삶에 회의하고 있다. 둘 사이에 이루어진 죽음에 대한 합의는 궁극적으로 둘 다 자신의 현재 삶이 즐겁지 못하다는 데 동의했다는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는 이렇게 무거운(?) 화두를 가지고 있으나, 풀어가는 방식은 그와 반대다. 일반 영화형식에 대한 파격과 함께 곳곳에 유머러스한 장치와 캐릭터들을 배치해서 경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특히 주인공이 혈액검사를 하러간 병원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공포영화적인 분위기와 관습적 요소들을 코미디로 희화화시키면서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이렇게 전반부를 코미디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며 후반부에서는 주인공들과 삶의 관계를 멜로 드라마적 요소로 풀어나간다. 영화는 출발이 그러하듯 엔딩 역시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주제를 부각시킨다. (임지수)

소사폴 시리위와트 (Thosapol SIRIWIWAT)

태국 감독인 소사폴 시리위와트는 배우로 활동하며 액션 코미디 [헤븐스 세븐](2002) 등에 출연했고, 그 뒤 감독으로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