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th 상영작

제목 : 행복택배 Good Life Delivery
감독 : 레오나르도 디 세자르 (Leonardo DI CESARE)
정보 : Argentina/2004/92min/35mm/Color

'내가 바보같이 보이는 걸까?' 말이 안 되는 싼 값에 세를 놓은 여자와 하룻밤을 같이 보낸 것뿐인데, 갑자기 그녀의 숨겨듄 딸과 부모가 몰려 들어와서는 집에 눌러앉아 나갈 생각을 않는다. 심지어 그녀의 아버지는 츄러스를 만드는 기계를 들여와 거실에 놔두는데 그치지 않고 공장 사람을 모으고 과자를 굽는데 이른다. 나가라는 그에게 공장 얻을 돈을 내놓으라고까지한다. 소심하기만 그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자신이 바보같이 보여서 당하는 일이 아닐까 싶기만 하다. 소심한 택배원 헤르난과 주유소에서 일하는 예쁘장한 파토, 무신경할 정도로 뻔뻔한 파토의 부모가 펼치는 집을 둘러싼 밀고 밀리는 전쟁이 영화의 중심 이야기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영화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학생이 공부를 그만두고 택배회사 직원이 되고, 주유소는 고정적이라는 이유로 훌륭한 직장이 된다. 아르헨티나 고유의 과자 츄러스를 만들어 파는 게 애국이 될 정도로 외국자본은 나라를 좀먹고 있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굿 라이프 택배회사는 고용인들의 감원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하루를 빌미로 헤르난의 집에 무작정 밀고 들어온 파토의 부모도 그저 그 사람들이 뻔뻔해서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헤르난이 사람 좋아 보이고 착해 보여서, 그의 말처럼 바보같이 보여서 당하게 되는 일만은 아니다. 별다른 영화적 기법은 커녕 배경으로 깔리는 변변한 음악마저 별로 없이 건조하기만한 이 영화는 픽션 영화임에도 아르헨티나라는 먼 나라를 강박증적으로 상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 되어 준다. (이병희)

레오나르도 디 세자르 (Leonardo DI CESARE)

국립 드라마 예술학교에서 연기를 배웠고, 그 뒤 카메라맨, 작가, 감독 등으로 일했다. 연극연출도 했으며, 단편영화로는 [테이프 12번](1996), [개](1998), [블랙 일레븐](1998) 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