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th 상영작

제목 : 아라한 장풍대작전 Arahan
감독 : 류승완 (RYOO Seung-wan)
정보 : Korea/2004/110min/35mm/Color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익숙하다. 선악 대립의 구도와 도시 액션의 스펙터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관객들이 이미 숙지하고 있는 초식들. 얼빵한 주인공에겐 타고난 내공이 잠재해 있었고, 그것을 발견한 그가 악당들과 대혈전을 벌인다는 것도 무협영화의 '태극 1장' 인 셈이다. 그런 익숙함 속에서 류승완 감독이 새로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마루치 아라치' 라는 만화영화 캐릭터에 대한 재해석(아니 제대로된 해석)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보여주는 서울은 거세된 도시다. '용의 기운이 흐르는 땅'인 용산(龍山)의 신령스러움은 이젠 간데 없고, 도인들은 허름한 도장에 모여 시간을 죽이거나 TV 오락 프로그램이나 나가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처럼 정기(正氣)가 사라진 땅에 악당이 우글거리는 건 당연한 일이며, 초보 경찰 상환은 자신의 힘을 '나쁜 놈' 혼내주는 데 쓰고 싶지만, 결정적으로 그에겐 '힘' 이 없다. 여기서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고민한다. 과연 그 '나쁜 놈' 을 누구로 설정할 것인가. 암흑가 보스, 민폐 끼치는 꼰대들, 부도덕한 경제인, 부정부패 정치인 등 수많은 적들이 있겠지만,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절대악인 흑운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조금은 형이상학적인 세계에 들어선다. 그래서일까?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선악 대결에선, 일상의 악을 제거하는 통쾌함은 사라지고 세상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기 위한 처절함만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마냥 즐겁게 느껴지는 건, 류승범이라는 배유가 보여주는 천진함과 능숙함 때문이다. <사형도수>의 성룡을 방불케 하는 류승범의 악전고투와 불굴의 정신, 특히 "방송실에 계세요?" 라는 대사, 잊지 말자. (김형석)

류승완 (RYOO Seung-wan)

1973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각종 필름 워크샵과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배웠으며 1996년 첫 단편 [변질헤드]를 만들었다. [삼인조]와 [여고괴담]의 연출부를 거친 후 2000년 옴니버스 단편들을 연결해 만든 장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감독 데뷔했다. 인터넷 단편 [다찌마와 리](2000)와 장편 [피도 눈물도 없이](2001)을 연출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그의 세 번째 장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