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th 상영작

제목 :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 Wishing Stairs
감독 : 윤재연 (Yoon Jae-yeon)
정보 : Korea/2003/100min/35mm/Color/1.85/SR-D

전편의 성공에 안이하게 기대지 않는 새로운 시도들로, 장르와 시리즈물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낸 <여고 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이 PiFan 2003의 대미를 장식한다. 신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감독의 첫 장편에서, 돋보이는 것은 민담처럼 전해지는 흔히 듣던 이야기를, 열정과 감성의 격동기를 보내고 있는 소녀들의 심리에 중심을 두고서 올곧게 풀어냄으로써 또 한 차원의 입체감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억압과 폭력의 기제가 스며있는 학교라는 곳, 자체에 대한 관심이나, 가족의 문제 등은 조금 치워두고, 소녀들의 자아를 향한 사랑, 경쟁심, 기이한(?) 우정 등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드라마가 돋보인다.
예술여고라는 특수한 환경에 구속되어 있는 십대 소녀들의 이야기라는 설정은 가장 아름다운 나이의 존재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을 수련하면서 질투, 경쟁심 등의 강렬한 욕망과 감정들에 휘말려 오히려 가장 끔찍한 사건들을 벌이는 역설을 자연스럽게 끌어냈다.
기숙사 앞에 있는 28개의 계단은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마음으로 오르면 새로운 계단이 생겨나면서 소원을 들어준다. 소녀들은 남몰래 계단을 오르며, 마녀들이 주문을 외듯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낸다. 그러나 계단은 소원을 들어주면서 끔찍한 저주도 함께 내린다.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는데 친구는 죽음에 이르고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 사지가 따로 노는 소녀가 발레를 하고 완벽한 조각을 열망하던 소녀는 조각이 되어 버린다. 동경의 대상을 향한 열망 때문에 다중인격장애를 겪는 한 소녀는 귀신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살아있는 유령이 된다. 공포영화의 맛을 살려줄 이런 그림들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차분한 화면에 담겨 오히려 으스스한 느낌을 뿜어낸다. 윤재연 감독은 인물의 내면을 끌어내는 탁월한 연출력으로 네 여고생의 앙상블 캐스팅의 묘미를 잘 살렸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심리적 무게감에 기댄 독특한 공포영화를 통해 PiFan 2003의 페스티벌 레이디 박한별을 비롯해, 송지호, 조안, 박지연 등의 기대되는 신인 배우들이 발굴되었다.(김도혜)

윤재연 (Yoon Jae-yeon)

가부장제 사회를 통렬히 풍자한 단편 [사이코 드라마]로 주목 받은 바 있는 윤재연 감독은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는데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2기 출신인 윤재연 감독은 [사이코 드라마]로 99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에 단편 [만남]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