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h 상영작

제목 : 시체유기 자장가 Three Chinamen with a Double Bass
감독 : 클라우스 크래머 (Klaus Kraemer)
정보 : Germany/2000/88min/35mm/color/1.85/SR

모든 것은 발목에 걸린 바지 때문에, 그리고 그 흥청망청한 파티 때문에. 독일에서 온 블랙코미디 <시체유기 자장가>는 필름이 끊긴 이튿날 아침, 자신의 아파트에서 동거하는 여자친구의 시체를 발견한 소심한 마마보이 건축사 폴과 그 충실한 두 친구가 벌이는 딱한 소동극이다. 친구 리케와 문을 연 건축 회사가 첫 수주를 받은 것을 폴이 자축하는 동안, 애인 가비는 다른 남자를 초대했다가 발이 엉킨 남자의 실수로 가구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즉사한다. 실수로 삼킨 마약 덕에 기억의 공백 상태에 빠진 폴은 자기가 죽였는지도 모르는 가비의 시신에 기겁해 의사인 친구 막스의 도움을 청하고 둘은 ‘시체가 없으면 살인도 없다. 오직 실종이 있을 뿐’이라는 원칙 아래 시체 유기 작전에 나선다. 두 친구의 탈선에 화를 내던 리케도 급박한 사정에 가비의 대역을 연기하며 공범이 된다.
<시체유기 자장가>는 혼성 3인조의 시체 소동극이란 점에서는 <쉘로우 그레이브>와 비슷하지만, 부천영화제에 초청됐던 엽기 코미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와 재미의 처방을 공유한다. 직접 보이는 끔찍한 장면은 거의 없지만, 역시 냉장고, 국솥, 믹서, 톱, 그리고 수세식 변기 등의 가재도구가 본래 용도와는 달리 활용되며 타이밍 못 맞추는 눈치 없는 손님들이 연신 찾아와 시체 반출을 방해한다. 툭하면 문안에 코를 들이미는 간섭을 좋아하는 성가신 이웃도 빠질 수 없는 감초. 독일의 유명 코미디 배우들이 분한 주인공 삼인조는 도덕적 딜레마로 골치를 썩이기보다, “요즘 고기는 믿을 수 있어야죠” 라는 대사를 읊거나 노래 ‘마이 걸’이 흐르는 가운데 연인의 뼛가루를 뿌려 웃음을 자아낸다. (김혜리)

클라우스 크래머 (Klaus Kraemer)

1964년 생. 독일 영화 TV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먼저 TV 쪽에서 조명과 조연출로 일을 시작했으며, 영화 연출을 시작한 것은 92년부터다. 이 때부터 클라우스 크래머는 촬영감독 일은 물론 각본을 쓰기도 하면서 자기 작품을 만들어 갔다. [시체유기 자장가]는 자작 시나리오를 직접 연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