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상영작

제목 : 플란다스의 개 A Higher Animal
감독 : 봉준호 (Bong Joon-ho)
정보 : Korea/2000/106min/35mm/Color

“사람들은 개들의 이름을 부르며 운다.”
제목이 ‘플란다스의 개’라고 해서 꼬리를 찰랑이며 네로를 쫒아다니던 충직한 파트라슈를 떠올렸다면 그건 오해다. 어른을 위한 교훈이 담긴 동화로 생각했다면 그것도 오해다. 이성재와 배두나의 찐한 로맨스를 생각했다면 그건 진짜로 오해다. 그럼 대체 무슨 영화냐고? 영화 <플라다스의 개>는 우리의 짐작과는 다른 일들, 바로 일상에 도처한 오해들에 관해 말하고 싶어한다. 뇌물도 없고 교수도 못 되고 아내 등이나 쳐서 살아가는 윤주(이성재)는 성대수술로 짖지 못하는 삔돌이(시추)를 이웃 할머니의 시끄러운 아가(치와와)로 오해하고 보일러실에 가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현남(배두나)은 부랑아 최씨를 개도둑으로 오해하고 경찰서로 넘긴다. 윤주는 아내가 퇴직금으로 사온 순자(푸들)를 사치로 오해하고 섭섭해한다. 현남은 윤주가 잃어버린 푸들을 백방으로 찾아 나선다. 윤주가 아내를 위해, 실은 교수가 되기 위해 찾으려는 줄도 모르고, 오해는 윤주와 현남의 달밤의 경주로 이어진다. 윤주는 자신이 치와와를 옥상에서 던져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만 현남은 윤주에게 벗겨진 구두 한 짝을 집어다줄 뿐이다. 윤주와 현남의 달밤의 경주를 보면서 당신은 웃었는가. 그랬다면 당신은 조금은 냉혈한이다. 지금 당신이 막 아파트 문을 나서서 관리사무소를 들어가면 낱말 맞추기나 하면서 진짜로 앉아있을 것만 같은 화장기 하나 없는 배두나와 재활용 쓰레기통 앞에 쭈그려 앉아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이성재, 걸죽한 입심의 통큰 개도둑 경비 변희봉이나 무말랭이를 유산으로 남겨주는 할머니 같은 소시민들을 보고 웃었다면, 개죽음과 개 소동과 온갖 개소리들을 들으며 웃었다면 말이다. 감독은 위증은 통하지만 고백은 통하지 않는 세상, 진실의 은폐와 조작과 왜곡을 어둡지 않게, 재기발랄하게 풀어나간다. 윤주가 땅에 풀어놓은 100M의 두루말이 휴지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폐와 조작과 왜곡과 누명과 오해 속에서 지리멸렬해진 진창 같은 삶을 이어가야 해? 에드 우드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물론이지, 모퉁이를 돌자마자 비가 그칠지도 모르잖아? 자, 가자고.” (박성경)

봉준호 (Bong Joon-ho)

1969년 생.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의 봉준호 감독은 [지리멸렬]이라는 뛰어난 단편영화로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유령](1998)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였다. [플란다스의 개]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2002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송강호, 김상경 주연의 [살인의 추억]을 연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