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상영작

제목 : 변태행진곡 Pearl Before Swine
감독 : 리차드 울스텐크로프트 (Richard Wolstencroft)
정보 : Australia/1999/95min/Beta-SP/Color

대니얼은 살인 청부업자다. 하지만 그는 ‘정통적(?)’인 전문 킬러는 아니다. 그에게선 ‘레옹’이나 ‘고스트 독’ 등에게서 발견되는 명분을 찾을 수 없다. 혹 그의 살인에서 사회적, 개인적 정의 내지 사회에 대한 반항 혹은 반발 따위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면 헛수고다. 그가 살인을 ‘즐기는’ 까닭은 그만큼 탐욕적이고 맹목적인 것이다. 초반부 암시장에 장기를 팔기 위해 젊은 홈리스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데서 이미 그 점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살인할 때를 제외하면 금욕적 생활을 하곤 하는 기존의 ‘수준 높은(?)’킬러들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이루 형용키 힘든 방탕과 타락 속에서 살아간다. 과도한 폭력 및 무분별한 살인은 물론 상습적인 마약 복용, 피, 가학을 포함한 변태적 섹스를 일삼는다. 그에게 도덕이나 윤리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하비 카이틀이 분한 <배드 캅>(아벨 페라라)의 악질경찰과 흡사하다. 페라라의 작품들처럼 영화는 대니얼과 그 패거리들의 온갖 악행들이 지극히 리얼하게 묘사된다. 하도 리얼해 때론 목불인견의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 악한에게 고민과 변화의 기회가 올 줄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암살해야 할 모턴 J.벅스라는 체제 전복적인 작가의 작품 <순수한>(Pure)를 접하게 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배드 캅>의 그 악질형사처럼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흥미로운 점은 대니얼의 행색이 다분히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냉전이 낳은 그 시대 영웅의 ‘앤티-버전’(Anti-Version)이 아닐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던 영화가 갑자기 각별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 건 그것을 ‘007 시리즈’의 패러디로 수용하고 나서다. 모든 면에서 제한구역이라는 범주에 걸맞는 작품이다. (전찬일)

리차드 울스텐크로프트 (Richard Wolstencroft)

리차드 울스텐크로프트는 1969년 태어나서 12살 때부터 비디오로 영화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존 휴이트와 함께 만든 첫 장편 컬트 필름 [Bloodlust]가 호주와 프랑스에 개봉되면서 성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