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상영작

제목 : 최후의 연인들 Why Get Married the Day the World Ends
감독 : 해리 클레븐 (Harry Cleven)
정보 : Belgium/1999/70min/35mm/B&W

<최후의 연인들>은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논리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독특한 영화다. 그렇다고 현학적이고 젠체하는 그런 종류의 영화는 아니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한 여자가 가해자에게 느끼는 강박관념과 구원자에게서 느끼는 연애감정 사이에서 동요한다는 것이 영화의 중심이다. 여기에 주인공 줄리엣을 둘러싸고 귀도와 가스파르라는 두 남자가 벌이는 사랑의 인정투쟁(認定鬪爭)이 덧붙여진다. 영화가 시작되면 광기로 가득찬 것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줄리엣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한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이 사내가 바로 귀도다. 한편 가스파르는 필사적으로 귀도로부터 줄리엣을 구하려고 한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세 사람을 각각 위험에 처한 공주(줄리엣), 그녀를 차지하려는 악당(귀도)과 공주를 구하려는 기사(가스파르)로 전형화한다. 전반부에 희생자(줄리엣), 괴롭히는 사람(귀도), 그리고 구원자(가스파르)로 설정되었던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전혀 다르게 탈바꿈한다. 귀도에게 인질로 잡혀서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던 줄리엣은 이 극한 상항을 극복하고 차츰 대담한 여성으로 변신하고, 극악부도하고 잔인했던 귀도는 점점 연약해지고 가여운 처지로 전락한다. 한편 수호천사였던 가스파르는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던 악마성에 눈떠 결국 타락천사로 변한다. 감독은 상투적이고 고정된 전형성에서 벗어나 불확정적이고 모순적이면서, 감정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창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이 던지는 질문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살며 사랑하는데 시간낭비하며 늦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김시무)

해리 클레븐 (Harry Cleven)

1956년 벨기에에서 출생했다. 연극, 영화, TV등 다양한 분야에서 감독으로 활동하고있으며, 1980년 드라마로 브뤼셀의 리에지 왕립학교를 졸업한 후, 다수의 연극과 TV 드라마, 장,단편영화에 배우로 출연하였다. 1987년 연극 [르 몽쁠라]의 연출을 시작하였고, 단편영화 [시렌느]로 브뤼셀영화제 촬영상을, 장편 [아브라까다므라]로 산세바스찬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였다. 이후 연극과 영화에서 연출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