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상영작

제목 : 가위 A Nightmare
감독 : 안병기 (Ahn Byung-gi )
정보 : Korea/98min/2000/35mm/Color

인간의 감정은 전세계가 함께 공유한다. 직선적 사고의 결정체인 2000년을 맞이해 그것이 서구문명이 우리에게 던져준 최면이라 해도 21세기 첫 해 여름 우리 앞에 도착한 영화가 서구와 너무나 닮아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영화가 세상을 반영하는 것일까. 세상이 영화를 반영하는 것일까. 인간의 정서가 극악으로 치닫는 이유를 영화에서 찾으려 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 일일까 아니면 부당한 일일까. 집단에 의한 1인의 피해는 이기주의의 극단이다. ‘가위’에는 극단의 다중 폭력이 나타나 있다.
중학교의 냄새나는 화장실 뒤편에서나 자행될 만한 추레한 폭거가 최고 엘리트 집단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뛰어난 학생들의 모임인 대학 동아리에 신입생이 들어온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모든 회원이 한 사람을 미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집단 이기주의가 폭발한다. 속칭 왕따를 시키는 것이다. 가슴 속으로 응어리지는 분노가 가져다 준 비극적 결말을 만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실체를 만나는 만큼이나 힘이 든다.
영화는 우리의 편의주의와 집단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사회적 병리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온전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물질문명의 혼탁을 야유한다. 안병기 감독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치사함을 날카롭고 힘있게 영상에 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인간의 분노를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그려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한민국 유교의 생명력이 가슴 아프다. 감독을 사로잡고 있는 유교의 그림자가 슬프다.(정초신)

안병기 (Ahn Byung-gi )

감독, 제작, 공동 각본을 맡은 안병기 감독은 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이었던 [가위]의 흥행 성공 이후 장르 영화의 산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토일렛 픽쳐스’를 설립함. [폰]이후의 작품 역시 공포 영화로 만들겠다는 한국의 히치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