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th 상영작

제목 : 엑시스텐즈 eXistenZ
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
정보 : CANADA/U.K /1999/98min/1.85/color/Dolby Digital

그리 머지 않은 미래. 대중들은 점점 게임에 탐닉하고, 그것은 거의 종교에 가까워진다. 게임 디자이너 알레그라에 의해 개발된 ‘엑시스텐즈’는 그 중에서도 첨단을 달리는 인터랙티브 시뮬레이션 게임. 수많은 캐릭터들의 인터플레이가 가능하며, 신경체계와 연결시켜 각 개인의 반응에 따라 방향을 달리하는 이 게임은 신체와 정신의 구분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현실과 환상의 경계까지도 무너뜨릴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는 환각적인 체험으로 인도한다. 그러나 게임을 시연하던 알레그라는 버추얼 리얼리티에 반기를 드는 현실주의자들로 구성된 ‘안티 엑시스텐즈주의자들’로부터 살해의 위협을 받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다행히 경비원 테드에 의해 구해지고, 테드는 알레그라와 함께 이 게임의 동반자이자 신변보호자가 된다. 그러나 알레그라의 게임에 대한 집착은 중독증을 넘어서고, 테드는 이 게임의 환각성을 경계하려 하지만 결국 그녀와 함께 게임 ‘엑시스텐즈’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스캐너스>, <비디오드롬>, <네이키드 런치>, <크래쉬>에 이르는 그의 대부분의 필모그래피들을 통해 후기 산업사회의 기계장치들과 인간의 신체기관들을 결합시키는 것에 대해 강박적인 관심을 표명했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열 세번째 영화 <엑시스텐즈>는, 신체해부학적 이미지들과 결합된 테크놀로지 속에서 자기 분열과 타자에 대한 사유를 점점 넓혀나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신경체계 속에 잠입하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컴퓨터 게임만큼 데이빗 크로넨버그에게 더 없이 어울리는 소재도 없을 것이다.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시디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된 이 영화는 그가 영화 속에서 일관되게 추구해온 “인간은 자신의 리얼리티를 창조한다”라는 명제와 결합되면서 미래의 묵시록이 된다. 시작적인 스타일상으로는 <스캐너스>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컴퓨터로 전이된 미디어 비판적인 메시지는 <비디오드롬>을 연상시키는 <엑시스텐즈>는 98년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어 상반되는 평가 속에서 예술공헌상을 수상하였다. (이종은)

데이빗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

1943년 3월 15일생. 크로넨버그는 공포영화 장르에서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감독이다. 유년시절에 SF잡지를 좋아했던 크로넨버그는 토론토 대학의 과학학부에 입학했다가, 일 년 후에 영어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철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1967년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16mm 단편영화 [Transfer], [From the Drain], 35mm 단편영화 [Stereo], [Crimes of the Future]를 만들었다. 1975년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 [데이 컴 프럼 위딘 Shivers]이 캐나다 영화 역사상 가장 빨리 흥행수익을 벌어들이면서 크로넨버그는 순조롭게 자신의 영화색깔을 고집할 수 있게 된다. 이후 겨드랑이에 흡혈구멍이 달린 여자가 등장하는 [열외인간 Rabid](1976)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패스트 컴파니 Fast Company], [브루드 The Brood]를 감독한 후 텔레파시를 나누는 지하공동체를 등장시킨 [스캐너스](1980), 스티븐 킹 원작의 [초인지대](1980)로 계속 그의 기괴한 색채를 유지한다. 그는 [비디오드롬](1982)으로 인정을 받았는데,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미디어의 폭력성을 육체와 결부시켜 잔인하면서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그후 헐리우드로 진출하여 [플라이](1986)로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크로넨버그는 [데드 링거](1988)로 공포 영화에 대해서는 칭찬하기에 인색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윌리엄 버로즈 원작의 [네이키드 런치 Naked Lunch](1991)도 인간에 내재한 악의 분출을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간의 육체를 해부하여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내는 크로넨버그의 악취미는 그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점점 발달하는 과학문명에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잠식당하면서 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탐구하는 크로넨버그는 20세기에 등장한 독특한 자기세계를 갖춘 감독중의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